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했던 차량 이동량이 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연말 손해율 비상이 예견되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보험료 조정 줄다리기에서 1%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긴급출동·견인 손해율 상승 요인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던 자동차 손해율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상위 4개 손보사들의 지난 10월 손해율을 보면 삼성화재 84%, 현대해상 82.7%, DB손해보험 85%, KB손해보험 84.5%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38%포인트 가량 올랐다.
업계 1~10월 누적 손해율이 4개사 기준 78.5~79.4% 수준이지만, 전달 대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점진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주요 4개사 기준 평균 손해율이 10월에는 82.65%, 11월에는 87.025%, 12월에는 92.05%로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높아지고 있다.
손해율은 손보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내준 보험금의 비율로, 업계는 77~80%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예년보다 강한 한파가 예고되면서 앞으로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통상 겨울철은 한파와 빙판길 사고로 긴급출동 건수가 많은 시기로 운행 중 미끄러지는 사고, 배터리 방전, 타이어 펑크, 긴급견인, 긴급출동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폭설이 내렸을 때도 주요 4개 보험사에 접수된 자동차보험 사고는 일주일 전 대비 68% 급증한 바 있다. 이들 보험사가 제공한 긴급출동 서비스는 9만8445건으로, 전 주 대비 약 3배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통상 계절적 요인으로 눈길 사고가 많은 12~2월은 손해율이 올라간다"며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 추운 날씨에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긴급출동, 눈길 사고에 따른 긴급견인 등이 발생해 손해율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손해율 악화…2%대 보험료 인하 불가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80% 중반 이상의 손해율이 전망돼 코로나19 이전 적자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험업계 의견이다.
그간 쌓인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도 무시할 수 없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자동차보험 연 평균 적자액은 7400억 가량이다. 2017년 266억원, 2021년 3981억원의 흑자를 감안해도, 여전히 8조원 수준의 적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에서 서민 고통 분담이라는 명목으로 내년 초 자동차 보험료 추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내년 자동차보험을 2.5~2.9%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한 가운데 인하율을 발표하지 않은 대형 보험사들은 자연스럽게 2%대 인하율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두 손보사 모두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비중을 자체적으로 줄이는 디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손해율을 유지한 바 있다. 롯데손보는 올해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대 인하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또 자동차 정비업계가 내년 정비 수가를 올해 대비 최소 7~8%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내년 인하폭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동차 정비수가가 오르면 보험사의 지급액이 늘게 돼 보험료가 인상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그간 자동차보험은 적자만 기록하다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일로 흑자가 난 상황인데 당국에서 2%대의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니 이래저래 난처한 상황"이라며 "겨울은 특히 손해율이 높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하반기는 코로나19가 심했던 지난해보다 손해율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