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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위반이라고 하면, 교통신호 관제의 원칙을 무시하고 자동차 운전자가 임의로 교통신호와 다른 운전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정지’를 의미하는 적색 신호일 때 이를 무시하고 달려나간다거나, 좌회전 신호 때 직진하는 운전도 모두 신호위반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신호위반은 엊그제 갓 운전면허증을 획득한 햇병아리 운전자도 알만한 일이며, 누구도 대놓고 그런 식의 신호위반을 행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운전기술이 뛰어나고 도로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교통상황에 대한 대처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일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눈에 명확히 보이는 신호위반은 자제하는 대신, 아슬아슬하게 신호를 위반하거나 아예 전혀 예기치 못하게 신호를 위반해 제 갈길을 달려나가는 경우도 있다.
소위 운전기술자라고 불리는 택시 운수종사자들 가운데 그와 같은 고도로 단련된 신호위반의 고수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나는 운전 도사...’ 그릇된 자만심이 사고 불러
예측 출발과 신호 꼬리물기가 대표사례
잘못된 습관인 줄 모르는 운전자 많아
신호 바뀌고 2초후 출발만 지켜도 안전
교통신호는 도로 위에서의 자동차 운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통관제이자 질서, 교통사고 예방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교통안전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맨 먼저 가르치는 것이 ‘빨간불일 때 정지, 녹색불일 때 건너기’다. 말하자면 교통행위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약속인 것이다. 그래서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로 위의 모든 것이 일시에 엉망이 된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발생한다. 물론 ‘나는 약속을 지켰지만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일어났다’는 사고도 있다. 문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기에 사고가 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런데 노골적인 신호위반, 즉 주변 운전자 대부분이 거의 예상하지 못하는 신호위반의 경우 일단 운전자의 착각이나 자신만의 판단에 다른 무모한 결정에 따라 이뤄진다. 운전자는 그렇게 하더라도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실제 사고 위험은 다른 어느 경우보다 높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의 예방은 운전자의 준법정신과 안전의식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식의 신호위반의 경우도 많이 나타난다.
가장 많은 사례로, 황색신호일 때 우선멈춤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는 운전행위다. 그런 운전을 하는 운전자는 “그렇다고 황색신호 때 그 자리에서 멈춰선다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황색신호 다음에 오는 신호에 따라 다른 자동차들 자연스럽게 자동차들의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황색신호를 상습적으로 또 지능적으로 빨리 가기 위해, 먼저 가기 위해 눈치껏 무시하며 달림으로써 문제를 야기한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으면, 또는 좌우회전 차가 없다고 판단되면 신호를 무시해버리는 식이다.
대부분의 신호체계는 신호 간 점등 간격, 즉 접속시간의 여유를 수초 가량 부여하고 있어 황색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자동차가 곧바로 반대방향이나 좌·우 방향에서 오는 자동차와 충돌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신호보다 먼저 예측출발한 자동차가 있다면 교통사고를 면하기 어렵게 된다.
교통법규에서는 황색신호는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나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황색신호는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한다. 황색신호가 없이 초록신호에서 곧바로 적색신호로, 또 적색신호에서 곧바로 녹색신호로 바뀌는 교통체계가 운영된다면 교통혼란과 함께 사고 위험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항이다.
또다른 신호위반의 전형은 예측출발이다.
예를 들어, 적색 신호등에서 녹색 신호등으로 바뀔 무렵, 구체적으로는 바뀌기 직전 자동차를 출발시켜 신호등을 지날 무렵이면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행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역시 신호위반이다. 그런데 적색 신호에서는 좌우측에서 합류하는 도로에서의 신호는 좌회전 또는 직진이므로 자칫 녹색신호로 바뀔 것을 예상한 출발은 이들 직진차량이나 좌회전 차량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또 황색신호 때 우선멈춤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자동차와의 트러블이 발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때 직진차량 또는 좌우회전 차량이 없다면 아무 일 없는 듯 소통이 이뤄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호를 예상해 미리 출발하는 행위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신호주기가 다 끝날 무렵인 줄 알면서도 신호 끝자락을 따라, 또는 황색신호로 바뀐 이후에도 교차로 등으로 진입하는 유형의 운전이다. 이 경우 신호를 예상하고 미리 출발하는 자동차와 만나면 그야말로 심각한 교통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운전경험이 풍부한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신호를 위반하는 일이 흔하다는 지적은 꼭 맞는 말이라 하기 어렵다. 장시간 운전을 하기 때문에 사고도, 신호위반도 일반인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거의 하지않는 비예측적인 신호위반은 택시 교통사고와 직결된다는 점에 반드시 근절해야 할 행위다.
운전에 익숙한 운전자일수록 신호위반 가능성이 높고 그중 택시운전자에 의한 신호위반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일반의 평가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주 신호위반을 하는 택시운수종사자 대부분은 자신의 신호위반 행위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운전에 관한 그릇된 자만심, 지리정보 및 신호주기를 많이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어긋난 우월감 등이 작용한 까닭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택시운전자 스스로 신호를 철저히 지킨다는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실천적으로는 신호대기로 멈춰선 경우 신호가 바뀌고 난 다음 2초의 여유를 갖고 출발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또 신호주기가 끝날 무렵 신호 마지막을 따라 속력을 높여 달려나가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신호주기가 바뀌어 황색으로 변하는 시점에는 반드시 정차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이 두가지 요령을 철저히 지킨다면 적어도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 만큼은 비켜갈 수 있다.
신호위반은 특정 행위이지만, 그 배경에는 서두름이라는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서두르기 때문에 신호보다 먼저 달려 나가려 하고, 서두르기 때문에 신호가 끝날 무렵에도 달려 나가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운전석에서 서두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일이 신호위반을 하지 않는 첫걸음이라 하겠다.
실제 베테랑 택시운수종사자의 경우 무엇보다 신호를 잘 준수하면서 결코 서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 기억해 둘만하다.
출처 : 교통신문(http://www.gyoton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