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이스 단독사고, 감속 의무 위반 땐 운전자 과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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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이스 단독사고, 감속 의무 위반 땐 운전자 과실 100%


도로교통법상 결빙 구간 ‘최고 속도 50% 감속’ 의무
제설 미흡·도로 하자 입증 시 관리주체 배상청구 가능


폭설이 내린 지난달 2일 제주시 용담동 한 도로에서 눈길에 미끌어진 차량 2대가 부딪혀 파손돼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연합뉴스
폭설이 내린 지난달 2일 제주시 용담동 한 도로에서 눈길에 미끌어진 차량 2대가 부딪혀 파손돼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연합뉴스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로 위 ‘보이지 않는 공포’ 블랙아이스(Black Ice)가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노면이 젖어있다면 터널 출구, 고가도로, 교량, 그늘진 내리막 구간에서는 순간적으로 얇은 얼음막이 형성될 수 있다.

문제는 사고가 나면 ‘갑자기 미끄러졌다’는 운전자의 호소가 곧바로 과실 감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사와 경찰은 빙판길 사고를 기본적으로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단독 사고 발생 시 운전자 과실 100%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 A씨는 출근길 터널을 빠져나오다 사고를 겪었다. 눈도 오지 않았고 노면이 그저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터널 출구 고가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차량이 회전해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단독 사고로 이어졌다.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자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과실 100%”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과속도 하지 않았고 갑자기 미끄러졌을 뿐인데 왜 본인 책임이 전부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현장에서 과실이 크게 책정되는 이유는 법이 요구하는 감속 의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비·안개·눈 등 악천후 시 감속 운행해야 하며, 비로 노면이 젖었을 때는 최고속도의 20%를,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에는 50%를 줄인 속도로 달리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법원 역시 전방주시, 감속 운전, 차간거리 확보를 필수 의무로 보고, ‘미끄러졌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블랙아이스는 육안으로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보험 실무에서는 미끄러짐 자체를 감속 부족이나 조향 미숙의 정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다만 블랙아이스로 인해 단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항상 운전자 100%로만 보긴 어렵다. 제설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미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 위험이 예견됐는데도 도로 관리 주체가 방치했다면, 도로 관리의 하자를 근거로 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누수 등 배수시설 불량으로 물이 흘러나와 상습 결빙이 발생하는 구조적 결함이 확인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때 관건은 입증 자료다. 블랙박스 영상으로 서행과 차간거리 유지가 확인되고, 사고 당시 기상 자료와 노면 사진 등 객관적인 증거가 갖춰진다면 ‘방어운전’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겨울용 타이어 장착 역시 안전 의무를 다했다는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빙 사고는 피해 규모도 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20~2024년) 도로 결빙 교통사고는 4112건으로 사망자 83명, 부상자 6664명이 발생했다. 빙판길은 마른 노면보다 제동거리가 크게 늘어나 승용차 기준 최대 7배까지 길어질 수 있어, 결빙이 우려되는 구간에서는 ‘충분히 멀리’가 아니라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수리비뿐 아니라 수리 이후 할증 보험료 부담이 늘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블랙아이스를 만나 미끄러질 때 급제동은 오히려 차량을 통제 불능으로 만들 수 있어 금물이다. 핸들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과하게 꺾기보다 스핀을 막는 범위에서 부드럽게 조작하고, 내리막에서는 풋브레이크에 의존하기보다 저단 기어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결빙 단독 사고 시 도로 관리가 안 됐다면 도로관리주체 과실이 인정 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내비게이션 알림이나 자동차 경고등을 통해 주의를 주는 만큼 도로관리 책임이 100%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 수 있다”며 “기상 악화 또는 야간 운전 시 감속운행과 안전거리 확보 같은 기본을 지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옥진 기자
대한민국 보험과 은행, 금융을 읽는 [한국보험신문]

출처 : 한국보험신문(https://www.in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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